중소기업 위주 시장에 대기업도 진출…스마트홈 시대에는 로봇이 핵심

By 2017년 2월 21일 언론보도 No Comments

매일경제 MBN  2017년 2월 20일  (원문)

서울 역삼동의 클래식 바 ‘커피바케이’. 이곳의 바텐더는 사람이 아닌 로봇이다. ‘카보’라는 이름도 있다. 사각형의 얼음을 동그란 공 모양으로 만드는 ‘아이스카빙’ 작업이 주특기이기 때문. 동그랗게 만든 얼음은 술과 닿는 면적이 사각 얼음보다 좁아 천천히 녹으면서 위스키의 풍미를 오랫동안 지켜준다. 얼음을 손에 들고 동그랗게 깎는 일은 숙련된 바텐더도 하루에 여러 번 하기 어려운 고난도 기술이지만 카보는 2분여 만에 뚝딱 만들어낼 만큼 정교한 기술력을 자랑한다.

그간 청소, 유아 교육 등에 치우쳤던 서비스(생활) 로봇 개발이 안내, 배송, 아이스카빙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중소기업 위주 시장이었지만 최근 대기업 참여도 활발해지는 분위기다. 단 해외에 비해 상용화 속도가 느린 만큼 더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주문이 쏟아진다.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사진설명청소와 유아 교육에 주로 쓰이던 생활로봇이 안내, 배송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 CES에 전시된 LG전자 허브 로봇.

▶국내 생활로봇 기업은 어디?

▷LG전자·유진로봇 외 벤처기업도 다수

한국로봇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서비스 로봇은 그동안 청소용이 약 70%, 교육용이 약 10% 정도 됐다. 로봇산업은 대규모 자본이 투자돼야 하는데, 대기업 참여가 적다 보니 비교적 단순하고 손쉽게 진출할 수 있는 분야에 몰렸다. 그러나 로봇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로 떠오르면서 대기업 참여도 활기를 띠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로봇 개발 분야도 다양해지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은 LG전자다. LG전자는 지난 1월 CES(세계가전박람회) 2017에서 가정용 허브 로봇과 공항 안내 로봇 등을 공개했다. 허브 로봇은 사용자 행동과 음성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무선인터넷을 통해 TV, 에어컨 등 가전제품을 제어하기도 한다. 로봇 전면에는 액정표시장치(LCD)를 설치해 웃음, 기쁨, 슬픔 등 감정을 표현하고 사용자와 교감하는 기능을 갖췄다. 공항 안내 로봇은 공항 방문객에게 항공기 탑승 시간, 체크인 장소 등 각종 정보를 안내하는 로봇이다. 이번 CES에서 LG전자는 해외 몇몇 바이어에게 자사 로봇 제품 판매 계약을 성공시킨 것으로 전해진다.

코웨이는 로봇 공기청정기를 선보이며 생활로봇 시장에 뛰어들었다. 집 안에서도 장소별 오염도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로봇이 스스로 움직여 오염도가 높은 곳을 찾아가 공기를 맑게 해준다.

유진로봇은 대형 병원, 쇼핑몰, 호텔 등에서 각종 화물을 운반할 수 있는 자율주행 배송 로봇 ‘고카트’를 선보였다. 이 로봇은 자율주행 시스템을 기반으로 정확하게 목적지까지 배달하는 역할을 한다.

삼성전자는 로봇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제품을 시장에 내놓진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여러 형태의 생활로봇 시제품을 만들었지만 양산만 안 한 것으로 안다”며 “시장이 열리면 언제든지 뛰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벤처기업 중에서도 생활로봇 시장에 진출한 기업이 여럿 있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널리 이름을 떨치고 있는 ‘에이아이브레인’은 스마트폰용 AI 로봇 ‘타이키 1.0’을 출시했다. AI를 기반으로 스마트폰에 연결해 사용하는 교육용 로봇이다. 로봇전문기업 퓨처로봇도 코엑스나 공항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안내용 로봇 ‘퓨러데스크’를 개발,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최근 한화테크윈, 현대중공업 등 대기업은 물론 오토파워, 로보스타 등 B2B 로봇 전문업체들은 산업용 로봇을 독자 기술로 개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산업용 로봇 기술이 발전하면서 덩달아 생활로봇 또한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본다. 조영훈 로봇산업협회 이사는 “산업용 로봇이 갖고 있는 기술을 어떻게 생활에 활용하느냐에 따라 생활로봇 시장은 무궁무진하게 커질 수 있다”면서도 “기술력을 확보한 기업은 여럿 있지만 세계 시장에 내놓을 만한 브랜드가 없다. M&A(인수합병)를 통해 몸집을 키우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외서도 생활로봇 개발 열풍

▷요리·요가·집사…가정용 로봇 인기

생활로봇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빠르게 상용화되고 있다.

가장 인지도가 높은 건 2014년 소프트뱅크가 선보인 페퍼. 2015년 판매가 시작돼 현재까지 1만대 이상 팔렸다. 페퍼는 사람의 표정, 움직임, 목소리 등을 인식해 감정을 읽어내고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일반 가정은 물론 기업에서도 고객 응대에 쓰인다. 일본 미즈호은행에선 페퍼가 고객에게 금융상품을 추천해주거나 대기 시간 동안 지루하지 않도록 게임을 하게 해준다. 네슬레 계열사 네스카페에선 고객과 대화를 통해 취향에 가장 잘 맞는 제품을 추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미국 식음료산업에서도 로봇의 활약이 돋보인다. 아직 정해진 레시피대로만 만드는 건 아쉽지만 사람보다 훨씬 빨리 많은 요리를 해내 생산성이 뛰어나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가장 최근 로봇을 도입한 사례는 샌프란시스코의 ‘카페X’다. 이곳에선 태블릿PC나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음료를 주문하면 로봇이 만들어준다. 헨리 후 카페X 창업자는 “신선하고 맛있는 커피를 빠르게 제조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한 시간에 약 120잔의 커피를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피자 만드는 로봇도 있다. 실리콘밸리 피자전문점 ‘줌피자’에선 로봇이 한 시간에 피자를 288개나 만든다. 요리에 걸리는 시간이 짧다 보니 고객이 음식을 기다리는 시간도 눈에 띄게 줄었다. 줌피자 관계자는 “피자를 주문한 뒤 받기까지 평균 22분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전했다. 45분이 소요되는 타 브랜드의 절반 수준이다.

이 밖에도 2012년 햄버거를 만드는 로봇을 공개한 샌프란시스코의 벤처기업 ‘모멘텀 머신즈’가 햄버거 전문점 개업을 앞두고 있다. 모멘텀 머신즈의 햄버거 로봇 역시 사람에 비해 속도가 빠르다. 한 시간에 햄버거 400개를 만든다.

가정용 로봇 개발도 한창이다. 미국 스타트업 ‘메이필드’는 CES에서 집사 로봇 ‘쿠리’를 선보였다. 주인을 따라다니며 명령어를 듣고 가전제품을 제어하는 로봇이다. 주인이 집을 비우면 집 안을 순찰하고 이상한 점을 발견하면 주인에게 알림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 중국 로봇기업 ‘유비텍’도 CES에서 가정용 로봇을 공개했다. 이름은 ‘링스’. 주인의 음성 명령을 듣고 이메일을 보내거나 사진을 찍는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전문가들은 향후 가정용 로봇이 스마트홈의 핵심 기능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 강미덥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MIT 미디어랩에서 개발한 지보(Jibo), 소프트뱅크의 페퍼(Pepper), 에이수스의 젠보(Zenbo) 등 가정용 로봇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며 “ ‘인간의 편리 추구’라는 로봇의 태생적 역할을 고려했을 때, 미래에는 이들도 자연스럽게 스마트홈의 통신 매개체로 기능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터뷰 | 김성강 로보케어 대표

로봇 시장 활성화 아직…대기업이 생태계 주도해야

 기사의 1번째 이미지

Q 국내 서비스 로봇 시장은 그간 청소용 로봇 위주로 발달했다. 이유가 뭔가.

A 아직 세계적으로 청소용 로봇을 제외하면 내세울 만한 시장이 형성돼 있지 않다. 수천억원을 투자해서 ‘페퍼’를 만든 소프트뱅크도 이슈화에는 성공했지만 그에 걸맞은 시장 형성은 아직 못하고 있다. 로봇 시장이 활성화되려면 수요자의 다양한 요구와 눈높이에 부합되는 실용적이면서도 합리적인 금액의 제품이 쏟아져 나와야 한다.

Q 로봇 시장에서 대기업 참여가 부진하다는 우려가 많은데.

A 지능형 로봇산업의 장밋빛 미래를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단 아직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아 대규모 장기 투자가 필요한데, 대기업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야 해 투자를 꺼리는 편이다. 그나마 최근 AI 붐으로 대기업의 관심이 높아진 건 다행스럽다. 국내에선 네이버, LG전자, SK그룹이 로봇에 관심을 보이거나 이제 막 투자를 시작했는데, 해외에선 이미 구글, 아마존, 소프트뱅크 등 대기업 주도하에 시장을 형성해 나가고 있다.

대기업이 시장 창출, 요소기술 개발, 제품 개발, 대량생산 등을 맡아 생태계 조성을 주도하면서 반도체, 핸드폰 산업과 같이 중소기업과의 상생모델을 개발해 나가야 한다.

Q 소비자가 피부로 느낄 만한 1인 1로봇 시대는 언제쯤 도래할까.

A 가격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대량생산, 그리고 핸드폰과 같은 편리한 과금 모델 확보가 중요한 선결 과제다. 그러나 무엇보다 수요자의 요구를 맞출 수 있는 실용적인 로봇 콘텐츠가 필요하다. 이것만 해결된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가능하리라고 본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